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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007.11.01 “여교수들의 분노 “우리도 할 말 있다!”

전국여교수연합회 “교수사회는 남성판”… 권리 찾기 나서
“전국 4년제 대학 학과 중 절반이 여교수 한 명도 없어
채용·강의 배정서 소외… 불이익

“여교수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알려진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큽니다. 우리 스스로가 좀 더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서강대 다산관 대강당. 연단에 오른 박남희 경북대 예술학부 교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전국여교수연합회 추계세미나가 열린 이날, 전국 각 대학에서 모인 여교수들의 시선이 박 교수에게로 향했다.

전국여교수연합회는 8500명에 이르는 전임강사 이상 여교수들이 1998년 설립한 단체다. 이날 행사는 내년 10주년을 앞둔 연합회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 한날 한시에 여교수들이 모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날 이례적으로 7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국 여교수의 현황과 전국여교수연합회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박남희 교수의 발표 후엔 ‘여교수들의 자질과 네트워크형성 방안’에 대한 이정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주제 발표보다 열기가 뜨거웠던 건 휴식 후 이어진 토론 시간이었다. “여교수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여교수 자신부터 노력해야 한다. 서울대에서는 여교수들을 위해 ‘런천 세미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 왜 안 오냐고 하면 ‘너무 바빠서’라고 하더라.”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전국에 64개의 여성폭력상담소와 135개의 가정폭력상담소가 있지만 여교수가 언어폭력 등으로 입은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연합회 내 관련 조직을 만든 후 교육인적자원부나 여성가족부 등에 도움을 요청하자.” (김영숙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이제 ‘여교수’를 넘어설 때가 됐다. 우리의 관심사를 비단 여교수나 여성 문제에 국한시키지 말고 사회 전반의 문제로 과감히 확장하자.” (백경숙 한양여대 영어과 교수)

외형으로만 보면 지난 몇 년간 국내 여교수의 지위는 놀랄 만큼 향상됐다. 1970년 9.5%에 불과했던 여교수 비율은 2006년 현재 16.8%까지 상승했다. 사립대에 비해 턱없이 적었던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11%로 4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최근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여교수의 절대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다. 1970년 22.3%였던 여대생 수는 2006년 들어 36.9%까지 치솟았다. 여교수 비율의 2배를 훌쩍 넘는다.<그래프 참조>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교수는 여학생에게 ‘여성도 우리 사회의 주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학생 수에 비례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여교수 비율 불균형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년 ‘국공립대 여성교수 임용목표제’를 실시, 국공립대에 200명의 별도 정원을 배정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은 9.2%(2003)에서 11%(2006)으로 1.8%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사립대 여교수 비율 증가치(16.9%→18.8%)보다 적다.

학문 분야별 여교수 편중현상은 보다 심각하다. 국공립대 여성교수 임용목표제에 따라 배정된 200명의 교수 중 135명(이공계열 85명, 사회계열 50명)이 여교수 취약 계열에 집중 배치됐지만 작년 말 열린 ‘전국 여성 교수 포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학부와 학과 절반(49.3%)은 여전히 여교수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 10월 12일 추계세미나를 가진 전국여교수연합회원들. (photo 전국여교수연합회)
학내 권력 구조나 주요 의사결정 참여에 있어서도 여교수는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열린 전국여교수연합회 대구경북지회 정책 세미나에 따르면 2004년 현재 각 대학에서 행정보직을 맡고 있는 여교수 비율은 국립대 1.6%, 공립대 6.2%에 불과하다. 사립대의 경우에도 여자대학(39%)이 그나마 높은 수치를 기록했을 뿐, 남녀공학(12.4%)의 행정 보직 여교수 수는 남자 교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다.

여교수 성차별 문제로 들어가면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해진다. 주로 대학 내 성적 소수자인 여교수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다. 전국여교수연합회 측은 “공개된 장소에서 윽박지르거나 욕설하기, 전화 도청, 컴퓨터 해킹, 논문 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여교수가 생각보다 많다”고 밝혔다. 심한 경우 학생이 해당 교수 수업을 신청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폐강을 유도하거나, 여교수를 배제한 채 이루어진 남자 교수들의 비공식적 의견 조율이 성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2004년 학술진흥재단이 내놓은 보고서 ‘공공부문 여성 리더십의 효율성과 결정 요인’에 따르면 대학의 반(反)여성적 조직 관행 점수(6점 만점에 3.45점)는 정부(3.25점)나 NGO(2.99점) 등 다른 조직에 비해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은 대개 표면화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민무숙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기획관은 “직접 이해 당사자인 여성 박사들은 예비교수 인력군이어서 스스로 교수 채용 문제를 제기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철저한 남성 중심 네트워크로 구성된 교수사회에서 여교수 지위 문제를 공론화해봤자 자신만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여교수 사회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여교수 집단은 다른 여성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혜택을 많이 받는 것으로 간주돼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부터 2단계 여성교수 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는 1단계 이후 후속조치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여교수 임용목표제 도입 당시 추진 계획에는 1단계 완료 시 모든 단과대학 또는 학과(학부)에 적어도 1명의 여교수가 임용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교육부는 행정자치부에 전국 국공립대학 이공계 학과에서 1년간 신규 채용하는 교수 300명에 여교수 별도 정원으로 60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작년 9월 현재 국공립대학 이공계 학과 중 여교수가 전무한 곳만 241개였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2005년 여성 박사를 10% 이상 배출한 학과가 117개인 것에 준해 교육부에 여교수 채용 할당분 117명을 건의했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주 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과장은 “1단계 임용목표제 시행 이후 여교수에 대한 각 대학 총장의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며 “사립대보다 보수적인 국공립대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교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남희 교수는 “여교수 채용목표제가 대학 간 큰 편차 없이 진행되려면 여학생 비율에 비해 여교수 비율이 증가하지 않은 학과에 여교수를 먼저 배정해야 한다”며 “임용심사 과정에서도 여성 심사위원 비중을 늘려 대학 내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무숙 기획관은 “여교수 채용목표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개별 대학 단위별로 평가기구가 설치돼야 하며, 관련 기금을 마련해 여교수 비율을 높이는 데 노력한 대학에는 인텐시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전길자 센터장(이화여대 자연과학부 교수)은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는 그것이 가지는 선언성 때문에 실질적 혜택보다 소문이 훨씬 부풀려져 오히려 여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일정 비율 이상 활용될 때까지는 여성 채용목표제나 승진목표제 등 단기적이고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교수 차별 주요 사례
#1
여성 최초 대학원장 됐지만, 교수평의회 반대로 철회
2004년 2월 K대 박모 교수는 여교수로는 최초로 신임 대학원장에 임명됐다가 교수평의회에서 반대 17표, 찬성 14표로 부결됐다. 당시 교수평의회는 거수로 이뤄지던 투표 방식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바꾸고 내정자를 회의에 참석시켜 소견 발표를 묻는 등 예년과 다른 방식을 적용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한 지역여성단체는 K대 교수평의회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대학원장 결격 사유에 대한 근거 없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
양성평등 우수대학서 자살사건…“남성 교수들이 왕따 시켰다”
2004년 11월 안모 교수(당시 37세)가 자신의 집 가스 배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연초 여교수 임용목표제에 따른 결원 발생으로 모교인 모 지방국립대에 부임한 안 교수의 사체 옆에는 ‘교수들 사이에서 의도되고 계획돼 조직화된 왕따를 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한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유가족과 동료 교수들은 “대학 내 집단 따돌림과 성차별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학교 생활 부적응에 따른 자살’로 결론내렸다. 이 학교는 그 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양성평등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3
“백도 없고, 돈도 없고, 남편도 없는 주제에…”
작년 6월 전국여교수연합회 춘계학술 세미나에서 한 원고가 공개됐다. 필자는 수도권 소재 모 대학 A 교수. 그는 이 원고에서 “교수 워크숍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 당해 혼자 숙소에 남은 일도 있고 내 강의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비슷한 내용의 다른 강의를 직전 학기에 개설해 방해 받은 적도 있다. 남성 교수들로부터 “백도 없고 돈도 없고 남편도 없는 주제에…”라는 폭언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도 여러 번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회원에게 원고 대독을 부탁했다. “직접 나서서 얘기하고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린치 당할지 몰라서”가 그 이유였다.

#4
멱살 잡히고 머리채 뜯긴 일까지
충북 모 대학 학장으로 있는 B 교수는 얼마 전 연구소 용역 발주 관련 건으로 동료 남자교수들과 시비가 붙었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은 언어 폭력으로 번졌고 결국 멱살잡이까지 하게 됐다. 그는 “28년 근무하며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폭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대구 모 대학의 C 교수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 교수를 견디지 못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 승소한 경험이 있다. C 교수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남자 제자들이 오히려 ‘참지 말라’고 해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부산 모 예술대학에서는 남자 교수가 여교수와의 말다툼 끝에 여교수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한 여교수는 “그 자리에 적잖은 남자 교수들이 있었지만 모두 강 건너 불구경이더라”고 말했다.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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