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국회서 세미나…“임용고사로 뽑으면 80%는 여교수 채용될 것”
취임 두 달을 맞은 송은선(63·사진) 전국여교수연합회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교수사회에 있다 보니 저절로 강성도 되고, 페미니스트가 되더라”며 웃었다.
오는 5월 국회에서 열릴 춘계 학술세미나를 차근차근 준비 중인 송 회장은 “국공립대 여교수 30% 채용 목표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며 “여교수들의 여론을 모아 정부에 건의문을 내고 여야 국회의원들을 압박할 것”이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인 그는 충북여교수회장, 전국여교수연합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 1월 13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2003년 국공립대 여교수 채용목표제가 시행됐지만 200명 채용한 후 딱 끊긴 상태”라며 “대학들의 진입 장벽이 두터워 실력파 여성들이 채용 문턱에서 밀려나고 있다. 채용 목표제가 끊긴 후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은 10%대에 불과하다. 뿌리 깊은 남성 교수 체제를 바꾸려면 여교수가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학생들의 롤 모델인 여교수들이 이렇게 적어서야 되겠어요. 교사 임용고사 보듯 제도를 바꾸면 여교수가 70∼80%까지 확대될 겁니다. 특히 주요 보직과 총장직을 남자 교수들이 독점하고 있어요. 사립대는 여성 총장이 적지 않은데 국공립대에선 단 한 명도 배출되지 않았어요. 보직교수 역시 마찬가지죠. 개교 60년이 넘은 충북대는 학생처장직에 여교수가 한 차례 임명됐고, 교원대의 경우 지난 27년 동안 학생처장과 사도교육원장직을 맡은 것이 다예요.”
그는 여교수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내에서 튀지 않으려는 ‘착한 여교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가정과 강의를 병행하는 ‘워킹맘’인 것도 한 이유다. 연합회는 또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이공계에 편중된 점도 공론화할 방침이다. 인문사회, 예체능 분야와 편차가 심해서다. 전국 대학의 여교수는 9000여 명으로 대학 여교수회는 활발하나 아직 지역 네트워크는 취약한 상태다. 지역조직 활성화도 당면 과제다.
송 회장은 교원대 기틀을 다진 설립 멤버 10명 중 유일한 여교수다.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남성들 틈에서 ‘홍일점’으로 전국을 돌며 개교 준비에 열정을 쏟았다. 서울대 음대 기악과를 졸업한 그는 캠퍼스 커플과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남편 박상록 충남대 교수가 성악가(바리톤)이고, 딸 주리(소프라노)씨와 아들 준영(베이스바리톤)씨도 성악 전공자인 ‘음악인 가족’이다. 피아니스트인 그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합창을 9년간 지도했다.
“주변에선 영화 ‘하모니’에서 남편을 살해한 음대 교수 출신의 지휘자(나문희 분)가 저를 모델로 했다고 이야기해요. 하긴 재작년 9월 청주여자교도소 직원과 재소자들이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일까지 비슷한 대목이 많긴 하더라고요(웃음). 당시 재소자들과 ‘언니, 동생’ 하며 지냈어요. 음악을 통해 변화하는 이들을 보면 순수한 아이 같은 내면도 있어요. 남자 교도소엔 의사가 상주하는 정신과 치료실이나 정신요양원이 일부 있다는데, 여자 교도소에 그런 시설이 없는 점은 너무 안타깝습니다.”